해 질 녘 식탁에서 긴 갈색 머리에 꽃 장식을 꽂은 사주픽 캐릭터 서연화가 명식이 적힌 메모지를 들고 일지 칸의 닭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이고, 맞은편에는 자주색 니트를 입은 어머니가 뒷모습으로 턱을 괴고 앉아 있으며, 식탁 위에 찻잔과 귤 그릇이 놓인 장면
연애·결혼·재회

도화살 올케라 미뤄진 상견례

예비 올케 사주에 도화살이 배우자 자리에 있다는 철학관 말을 듣고, 엄마가 동생의 상견례를 한 달 미루자고 했어요. 그 도화가 하은이 명식 어디에 앉아 있는지, 결혼한 뒤 누구를 향하는 매력인지 엄마 앞에서 하나씩 짚어 봤어요.
글쓴이 서연화
엄마가 그 종이를 꺼낸 건 지난 일요일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였어요. 제 집에 김장 김치를 두고 가려고 왔다가 식탁에 앉더니, 가방 안주머니에서 네 번 접은 메모지를 펴 놓더라고요. 동생 도진이와 내년 봄에 결혼할 하은이의 생년월일시가 적혀 있었고, 그 밑에 엄마 글씨로 '일지 도화, 장외'라고 쓰여 있었어요. 이모를 따라 동네 철학관에 갔다가 하은이 사주를 넣어 봤는데, 도화살이 배우자 자리에 있어서 결혼하고 나면 밖으로 돈다는 말을 들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는 11월 14일 토요일로 잡아 둔 상견례를 한 달만 미루자고 했어요.
"너 이런 거 보잖아. 엄마가 괜히 그러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듣는데 저도 솔직히 속이 한 번 철렁했어요. 도화를 배울 때 처음 듣는 구분이 장내도화와 장외도화거든요. 도화가 태어난 해나 달 자리에 있으면 담장 안의 도화, 태어난 날이나 시 자리에 있으면 담장 밖의 도화라고 부르는데, 옛 풀이에는 담장 밖 도화를 결혼한 뒤에 만나는 도화라서 집안에 풍파가 인다고 적어 둔 데가 많아요. 철학관에서 엄마한테 한 말이 바로 그 대목이었고, 제가 남의 집 커플 명식을 볼 때도 일지 도화가 나오면 한 번은 멈칫하던 자리였죠. 그래서 메모지를 사진으로 찍어 두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하은이 명식을 처음부터 다시 뽑아 봤어요.

쥐띠 하은이의 닭, 배우자 자리의 도화

도화살은 사람의 눈길을 끄는 매력이 사주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는 표시예요. 태어난 해의 띠나 태어난 날의 지지를 기준으로 짝이 되는 글자가 정해져 있고, 그 글자가 사주에 있으면 도화가 있다고 봐요. 흔히는 이성 인기나 끼, 그리고 엄마가 들은 것처럼 바람기의 표시로 알려져 있죠. 하은이는 1996년 10월 15일 오후 2시 30분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엔진으로 뽑으니 병자년 무술월 을유일 계미시가 나왔어요. 쥐띠에게 짝이 되는 도화 글자는 닭인데, 그 닭이 태어난 날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어요. 태어난 날의 지지, 그러니까 일지는 사주에서 배우자 자리라고 부르는 곳이니 배우자 자리에 도화가 있다는 철학관 말은 맞았던 거예요.
그런데 장내와 장외를 가르는 말은 도화가 인생의 언제 피느냐를 나눈 것이지, 그 매력이 누구를 향하느냐까지 알려 주지는 않아요. 그건 도화 글자가 그 사람에게 무슨 별인지를 봐야 알 수 있어요. 하은이는 을목, 그러니까 풀이나 덩굴 같은 나무 날에 태어났고, 닭 글자 속의 신금은 을목을 단단히 누르는 쇠라서 하은이에게 편관이 돼요. 편관은 나를 긴장시키고 다잡게 하는 힘인데, 여자 사주에서는 관성이 남편을 가리키는 별이에요. 하은이의 여덟 글자를 다 훑어도 관성은 이 닭 하나뿐이었어요. 남편 별이 딱 한 개 있고, 그 한 개가 배우자 자리에 앉아 있고, 도화가 바로 그 글자에 겹쳐 있는 거죠.
엄마한테는 제 일에 빗대서 설명했어요. 제가 상견례 자리를 잡아 드릴 때 제일 먼저 정하는 게 누가 누구 맞은편에 앉느냐인데, 하은이 사주에서 도화는 남편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는 셈이라고요. 밖으로 도는 도화라면 남편 별이 아닌 글자, 이를테면 일하는 자리나 친구 자리의 글자에 걸려 있어야 하는데 하은이는 매력과 남편 별이 같은 글자예요. 이런 사람은 자기를 긴장하게 만드는 남자 앞에서 가장 예뻐지고, 그 남자가 곁에 제대로 있는 동안은 다른 데를 볼 이유가 별로 없어요. 엄마는 메모지를 한참 내려다보더니 "그럼 그 사람이 거꾸로 말한 거야?" 하고 물었어요.

남편 별 위의 도화와 도진이의 몫

거꾸로라기보다는 반만 말한 거라고 대답했는데, 나머지 반을 말하기 전에 잠깐 망설였어요. 이 명식에도 걱정할 대목이 하나 있는데, 그게 하은이 쪽이 아니라 도진이 쪽이라 엄마가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었거든요. 편관 위에 앉은 도화는 긴장을 주는 남자를 향해 켜지는 매력이라, 남편이 결혼하고 나서 집에서 늘어지기만 하는 사람이 되면 그 자리가 비어요. 남편 별이 여덟 글자 가운데 하나뿐이니 그 한 자리가 비면 갈 데 없는 매력이 남고, 옛 풀이가 담장 밖 도화라고 겁을 준 일은 그럴 때 벌어지는 거예요. 사주가 하은이가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할지까지 말해 주지는 않지만, 매력이 어디에 걸려 있고 그게 언제 헛돌기 쉬운지는 이만큼 분명하게 보여요.
그날 밤 도진이한테 전화해서 엄마한테 한 얘기를 그대로 전했어요. 도진이는 도화 얘기에는 웃더니, 엄마가 상견례를 미루자고 했다는 대목에서 한참 말이 없었어요. 저는 하은이가 너를 고른 건 네가 회사 얘기를 할 때 눈빛이 달라지는 사람이라서일 거라고, 결혼하고도 주말 테니스를 끊지 말고 하은이 앞에서 네 일 얘기를 접지 말라고 했어요. 사주로 보면 그 집에서 하은이 매력을 받을 사람은 너 하나니까, 그 의자를 비우지 않는 게 네 몫이라고요. "누나, 그 얘기 엄마한테도 했어?" 하고 묻길래 했다고 했더니, 도진이는 그제야 소리 내서 웃었어요.
엄마는 다음 날 아침에 전화해서 상견례 장소가 어디였는지 다시 물었어요. 광화문 한정식집 2층 방으로 예약해 둔 날짜를 그대로 두겠다고 하더니, 그 메모지는 버리지 말고 다시 돌려 달라고 하셨어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도진이 사주를 적어 올 테니 하은이를 붙잡아 둘 구석이 그 애한테 어디 있는지 저더러 봐 달라는 거였어요.
사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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