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부엌 식탁에서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금발의 딸이 턱을 괸 채 앉아 있고, 화면 양옆 가장자리에서 엄마와 아빠의 손만 보이며 각자 송편을 빚는데 오른쪽 아빠 손의 송편이 소가 넘칠 만큼 큰 장면
도화살·대운·오행

뱀띠 아빠와 개띠 엄마의 원진살 궁합 31년

띠만 놓고 보면 원진살이라 피하라는 궁합인데, 저희 부모님은 31년째 같이 살면서 해마다 같은 일로 투닥거려요. 원진살이 궁합에서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은 말하지 못하는지, 부모님 명식 두 개를 놓고 따져 봤어요.
글쓴이 한도희
올해 추석에도 엄마는 송편을 빚다 말고 아빠 손을 쳐다봤어요. 아빠가 빚는 송편은 해마다 엄마 것보다 두 배쯤 크고, 소를 너무 많이 넣어서 찔 때마다 옆구리가 터지거든요. 엄마가 "그걸 누가 먹어" 하니까 아빠는 "내가 먹지" 하더니 다음 것을 더 크게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면 엄마 입에서 꼭 나오는 말이 있어요. "뱀띠랑 개띠는 원진이라 그래. 너희 외할머니가 그렇게 말렸는데."
저는 그 말을 초등학생 때부터 들었어요. 엄마 말로는 결혼 전에 외할머니가 철학관에서 궁합을 봤는데, 원진살이 껴서 살면서 서로 원망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오셨대요. 그래도 두 사람은 1995년에 결혼했고, 그 뒤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를지 말지, 김치냉장고 문을 누가 덜 닫았는지 같은 일로 31년을 다퉜어요. 제가 하는 일이 남의 연애 얘기를 듣고 끝낼 관계인지 아닌지 각을 잡아 주는 건데, 솔직히 어릴 때는 우리 집도 언젠가 끝날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날 송편 반죽이 바닥나기 전에 두 분 생년월일을 받아서 휴대폰으로 명식을 뽑아 봤어요. 태어난 시간은 두 분 다 모르셔서 시주는 비워 두고 해, 달, 날 세 기둥만 봤어요. 아빠는 1965년생이라 을사년, 뱀띠예요. 엄마는 1970년생이라 경술년, 개띠고요. 띠만 보면 외할머니가 들은 말이 틀리지 않았어요. 뱀과 개는 원진살로 묶이는 짝이거든요.

띠 두 글자가 서로 거슬리는 짝, 원진살

원진살은 열두 띠 가운데 서로 꺼리는 두 글자를 짝지어 놓은 거예요. 쥐와 양, 소와 말, 호랑이와 닭, 토끼와 원숭이, 용과 돼지, 그리고 뱀과 개까지 여섯 쌍이 있어요. 흔히는 까닭 없이 미워하고 원망하게 되는 사이라서 결혼이나 동업은 피하라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명식을 실제로 읽을 때는 미움보다는 상대의 어떤 면이 자꾸 눈에 걸리는 관계로 읽는 편이 맞아요. 아무렇지 않은 사람한테는 거슬릴 일도 없으니까요. 신경이 쓰이니까 거슬리는 거고, 거슬리는데도 계속 보게 되는 사이라서 원진에는 애증이라는 말이 따라붙어요.
그 원진이 부모님 명식 어디에 걸려 있는지 보다가 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아빠는 태어난 해와 태어난 달이 모두 뱀이고, 엄마는 태어난 해와 태어난 달이 모두 개예요. 원진은 두 사람의 해 기둥과 달 기둥, 사주에서 바깥쪽에 해당하는 자리끼리 맞물려 있는 거죠. 해와 달 자리는 보통 자라 온 집안과 몸에 밴 생활 방식, 남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을 읽는 곳이에요. 송편 크기, 휴게소, 명절에 어느 집에 먼저 가느냐 하는 다툼이 하나같이 각자 집에서 배워 온 살림 방식에서 나온다는 걸 생각하면, 원진이 앉은 자리와 두 분이 싸우는 종류가 꽤 정확하게 들어맞아요.
그런데 부부 사이를 보는 자리는 따로 있어요.

아빠의 쥐와 엄마의 소, 배우자 자리

태어난 날 기둥의 아래 글자를 일지라고 하는데, 명리에서는 이 자리를 배우자 자리로 읽어요. 아빠는 갑자일, 엄마는 기축일에 태어났는데, 아빠 일지의 쥐와 엄마 일지의 소는 육합, 그러니까 서로 끌어당겨 묶이는 짝이에요. 게다가 두 분이 태어난 날의 윗글자인 갑목과 기토도 서로 합을 이뤄서, 태어난 날 기둥이 위아래 모두 상대 쪽으로 붙어 있어요. 두 분 사이에서 원진이 걸린 곳은 바깥 자리뿐이고, 가장 안쪽 자리는 합으로 묶여 있는 셈이에요. 31년 동안 그렇게 싸우고도 둘 중 누구도 짐을 싼 적이 없는 걸 저는 여기서 설명할 수 있었어요.
물론 명식이 알려 주지 않는 것도 많아요. 시주를 모르니 두 분의 노년 흐름은 이 세 기둥으로 말할 수 없고, 합이 있다고 두 분이 행복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요. 엄마가 아빠 때문에 혼자 운 날이 있었는지는 사주 말고 엄마한테 물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죠.
그래도 원진살 궁합 때문에 연애를 접을까 고민하는 사람을 일로 만나면, 저는 이제 띠부터 보지 않아요. 띠끼리 원진이 나왔다면 그건 상대의 습관과 집안 방식이 계속 거슬릴 거라는 예고 정도라서, 띠 원진 하나만으로는 헤어질 이유가 안 돼요. 거꾸로 두 사람 일지끼리 원진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그건 매일 아침 같은 이불 속에서 거슬리는 거라 그때는 정말 각을 잡고 봐야 해요. 헤어질 이유는 원진이 어느 자리에 걸렸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슨 일이 반복되는지에서 찾아야 하거든요.
명식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엄마는 휴대폰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래도 원진은 원진이네" 하셨어요. 그러더니 아빠가 빚어 놓은 큰 송편 하나를 집어 반으로 가르고 소를 한 숟가락 덜어 냈어요. 아빠는 아무 말 없이 그 덜어 낸 소로 송편을 하나 더 빚었는데, 그것도 엄마 것보다 컸어요.
사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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