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살·대운·오행
10월 1일에 연 10월 운세의 일주일 오차 (한로에 바뀌는 사주의 달)
10월 1일 자정에 바뀐 이달의 운세를 보고 그날 아침 가게를 열려던 후배가 있었어요. 사주로 보는 10월은 그보다 일주일 늦게 시작하고, 같은 띠라도 사람마다 정반대의 달이 되더라고요.
글쓴이 채유라
9월 30일 밤에 저는 망원동에 있는 서하의 작업실에 있었어요. 서하는 대학 동아리 후배인데, 지금은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퇴근하고 나면 2년째 도자기를 빚고 있는 서른 살이에요. 그동안 만든 컵을 온라인 가게에 올려 팔겠다고 해서, 그날은 서하의 회사 동기인 지원 씨까지 셋이 모여 상품 사진을 찍고 있었죠. 가게는 10월 1일 아침에 열기로 되어 있었어요. 원래는 9월 중순에 열 생각이었는데, 쥐띠 10월 운세에 새로 벌이는 일에 힘이 붙는 달이라고 나와서 일부러 날짜를 미뤘다고 하더라고요.
자정이 지나자 서하가 들고 있던 조명을 내려놓고 휴대폰부터 열었어요. 이달의 운세 페이지가 그새 10월로 바뀌어 있었고, 서하는 거기 적힌 문장을 소리 내어 읽더니 저를 돌아봤어요.
"언니, 10월 됐다. 이제 열어도 되는 거지?"
옆에서 지원 씨가 자기도 96년생 쥐띠라 똑같은 문장이 나온다며 웃었어요. 둘이 같은 해에 태어났으니 띠로 보는 운세에서는 한 글자도 다를 게 없었던 거죠.
평소 같았으면 저는 바로 열라고 했을 거예요. 운이 들어온다 싶으면 남보다 먼저 잡자는 쪽이 저니까요. 그런데 대답하려고 제 휴대폰 달력을 여는 순간 손이 멈췄어요. 월운 보는 게 제 일이라 저는 해마다 달력에 1일 말고 절기 시각부터 적어 두는데, 10월 칸의 동그라미는 1일이 아니라 8일에 쳐져 있었거든요. 사주로 보면 서하의 10월은 아직 오지도 않은 거였어요.
달력보다 일주일 늦게 오는 사주의 10월
사주에서는 한 달을 그 달에 붙는 두 글자, 월주로 나타내요. 보통은 이 월주도 달력처럼 1일에 바뀐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해가 하늘에서 지나는 자리를 기준으로 하는 절기에서 바뀌어요. 24절기 가운데 한 달에 하나씩 오는 절기가 사주 달의 문턱이 되는데, 10월 쪽 문턱은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예요. 올해 한로는 10월 8일 오후 3시 반이라서, 10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사주로 보면 아직 9월인 정유월이에요. 무술월이라는 진짜 10월은 8일 오후부터 11월 7일 저녁까지고요. 날짜만이 아니라 시각까지 정해져 있으니까, 8일 아침에 태어난 아이와 그날 저녁에 태어난 아이는 사주의 달부터 서로 달라요.
이 얘기를 하다가 서하 생일이 떠올라서 물어봤더니 9월 6일이래요. 그런데 서하가 태어난 해에는 9월의 문턱인 백로가 그다음 날 오후였으니, 서하는 달력으로는 9월생이어도 사주로는 그 전 달인 원숭이(申) 달에 태어난 사람이에요. 서하는 하루 차이로 자기 사주의 달이 갈렸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며 한참 동안 만세력 화면을 들여다봤어요.
그래서 내친김에 서하의 사주를 같이 뽑아 봤어요. 서하는 병화(丙) 날에 태어났는데, 병화는 한낮의 해 같은 큰불이에요. 사주에서는 불이 흙을 낳는다고 보고, 내가 낳는 기운 가운데 나와 음양이 같은 것을 식신이라고 불러요. 식신은 내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내놓는 힘이고, 만든 것을 남에게 보여 주는 힘이죠. 그런데 서하의 사주 여덟 글자에는 흙 글자가 하나도 없어요. 태어난 해와 달과 날에 병화가 하나씩 자리 잡고 있어서 불 기운이 사주의 절반을 넘는데, 그 불이 흘러 나갈 출구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거예요.
올해 무술월은 서하에게 그 출구를 한 달 동안 밖에서 들여오는 달이에요. 무술월의 두 글자는 큰 흙인 무토(戊)와 개(戌)인데, 개 역시 흙이라서 서하에게는 식신이 두 개나 한꺼번에 들어와요. 반대로 지금 일주일 동안 머무는 정유월에는 흙이 한 톨도 없고요. 2년 동안 만든 걸 처음 세상에 내놓는 날이라면, 내놓는 힘이 들어온 다음에 여는 게 맞다고 봤어요.
"달력은 1일에 넘어가도 네 사주는 8일 오후 세 시 반에 넘어가. 지금 여는 건 버스 오기도 전에 정류장에서 카드부터 찍는 거야."
서하는 일주일 차이로 뭐가 그렇게 달라지냐며 입을 삐죽였는데,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지원 씨가 자기 것도 봐 달라며 휴대폰을 내밀었어요.
같은 쥐띠 운세를 읽은 지원 씨의 10월
지원 씨는 서하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태어난 날의 글자가 임수(壬)예요. 임수는 강물 같은 큰물인데, 흙은 물을 막고 누르는 쪽이라서 지원 씨에게 무토는 편관이 돼요. 편관은 밖에서 나를 누르고 시험하는 힘이라, 위에서 떨어지는 일이나 마감 같은 압박으로 읽혀요. 서하에게 내놓는 힘으로 들어오는 바로 그 흙 두 개가 지원 씨에게는 누르는 힘 두 개로 들어오는 거죠.
지원 씨 사주를 끝까지 보고 나니 그 차이가 더 크게 보였어요. 지원 씨는 사주에서 물이 약한 편으로 계산되는데, 여덟 글자는 물론 그 안에 숨은 글자까지 통틀어 쇠(金)가 하나도 없어요. 쇠는 물을 낳는 기운이라 지원 씨에게는 정인, 그러니까 나를 받쳐 주고 도와주는 힘이에요. 윗사람의 도움이나 결재 같은 문서, 공부가 다 여기에 들어가죠. 그런데 지금 일주일 머물고 있는 정유월의 닭(酉)이 바로 쇠예요. 서하가 기다려야 하는 일주일이 지원 씨에게는 평소에 없던 도와주는 힘이 들어와 있는 일주일이었던 거예요.
솔직히 저는 지원 씨 사주를 펴기 전까지 둘 다 8일까지 기다리라고 말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 얘기를 하자 지원 씨가 머쓱하게 웃으면서 사실 미뤄 둔 게 하나 있다고 털어놓더라고요. 내년 봄 학기에 야간 대학원을 다니려고 회사 학비 지원을 신청해야 하는데, 팀장 결재를 언제 올릴지 고민하다가 10월 중순쯤 분위기를 보고 올리려 했다는 거예요.
"지원 씨는 서하랑 반대예요. 그거 7일 안에 올려요."
8일 오후부터는 지원 씨에게 누르는 힘이 두 겹으로 들어오는 달이라, 그때는 부탁을 꺼내기보다 떨어지는 일을 받아 내는 쪽으로 읽힌다고 말해 줬어요. 같은 문턱을 두고 한 사람에게는 기다리라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서두르라고 말하게 된 셈이에요.
띠별 운세가 둘에게 같은 문장을 준 건 띠가 태어난 해의 동물만 보기 때문이에요. 사주에서 그 달이 나에게 무엇인지는 태어난 해가 아니라 태어난 날의 글자와 견줘서 읽으니까,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사람의 10월이 이렇게 갈라지는 거죠. 물론 사주가 서하의 컵이 몇 개 팔릴지, 지원 씨의 결재가 통과될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아요. 사주가 알려 주는 건 어떤 힘이 언제 들어오고 언제 빠지는지이고, 그 시각을 알면 같은 일을 문턱의 어느 쪽에 둘지는 정할 수 있어요.
서하는 한참을 투덜거리더니 노트북을 다시 열었어요. 가게 첫 화면에 걸어 두었던 10월 1일 오픈 공지를 지우고 10월 8일 목요일 밤에 연다고 고쳐 썼고, 휴대폰에는 8일 오후 3시 30분에 울리는 알람을 하나 맞췄어요. 지원 씨는 그 자리에서 결재 문서를 써 두고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올리겠다고 했고요. 사진을 찍던 컵들은 일주일 더 선반에 남게 됐는데, 서하는 그중 제일 처음 빚은 찌그러진 컵 하나를 집어 들더니 첫 주문이 들어오면 같이 넣어 보낼 거라며 따로 포장지에 싸 두었어요.
글쓴이
채유라
총운 ·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