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살·대운·오행
내 카톡만 열 번 다시 읽는 귀문관살
새벽에 귀문관살을 검색하다 겁먹은 동생이 있어요. 촉이 좋은 사주라는데, 정작 그 촉은 남의 속이 아니라 자기가 보낸 카톡만 파고들고 있었죠.
글쓴이 설아
하린이한테서 캡처 한 장이 온 건 화요일 새벽 한 시가 넘어서였어요. 하린은 저랑 같은 필라테스 반에 다니는 스물일곱 살 동생인데, 브랜드 SNS 계정을 대신 운영해 주는 대행사에서 클라이언트 연락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캡처는 무료 만세력 앱 화면이었고, 빨간 글씨로 귀문관살이라고 떠 있었어요. 그 뒤로 하린이 검색해서 찾은 블로그 글 캡처가 줄줄이 따라왔는데, 신경이 예민하다느니 신기가 있다느니 심하면 정신이 불안해진다느니 하는 문장마다 형광펜이 칠해져 있더라고요. 마지막 메시지는 이랬어요.
"언니 나 이거라서 이러는 거야?"
이러는 게 뭔지는 다음 날 저녁에 들었어요. 퇴근한 하린을 데리고 망원동에 있는 제 단골 바에 갔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하린이 휴대폰을 열어 전날 밤 클라이언트 팀장에게 보낸 카톡을 보여 주더라고요. 다음 주 게시물 일정을 확인 부탁드린다는 두 줄짜리 메시지였어요. 하린은 그걸 밤 열한 시가 넘어 보내 놓고 새벽까지 열 번도 넘게 다시 열어 봤대요. 부탁드린다는 말이 너무 딱딱했나, 밤에 보낸 게 무례했나, 읽고 답이 없는 건 화가 났다는 건가 하고 곱씹다가 결국 귀문관살까지 검색하게 된 거죠.
저는 사람한테서 쎄한 냄새를 맡는 데는 자신 있는 편이라, 처음엔 하린 얘기가 오히려 반가웠어요. 귀문관살은 촉 좋은 사주로도 통하니까, 하린이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들 기분을 맞춰 가며 그 일을 해 온 데도 이유가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얘기를 들을수록 뭔가 어긋나 있었어요. 하린이 밤새 쎄하다고 느낀 건 클라이언트의 답장이 아니라 자기가 쓴 두 줄이었으니까요. 촉이 좋다는 사람이 왜 남이 아니라 자기 문장을 파고드는지 궁금해져서, 그 자리에서 하린의 사주를 뽑아 봤어요.
이름보다 자리가 말하는 귀문관살
사주는 태어난 해, 달, 날, 시간 네 자리에 글자를 두 개씩 놓은 거예요. 그중 아래쪽 글자 넷은 쥐, 소, 호랑이 같은 띠 동물로 읽는데, 귀문관살은 이 동물들 가운데 정해진 두 마리가 한 사주에 같이 들어 있을 때 붙는 이름이에요. 짝은 여섯 쌍으로, 쥐와 닭, 소와 말, 호랑이와 양, 토끼와 원숭이, 용과 돼지, 뱀과 개예요. 귀신이 드나드는 문이라는 이름 때문에 보통은 신경이 예민하다거나 신기가 있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고, 하린이 형광펜을 칠한 문장들도 다 그 얘기였죠.
그런데 막상 계산해 보면 이 표시는 이름만큼 드물지가 않아요. 85년생부터 04년생까지의 사주를 태어난 시간을 넣어 뽑아 보면, 열 명 중 네 명꼴로 어딘가에 이 짝이 들어 있거든요. 명나라 때 나온 명리 책 『삼명통회』를 찾아보면 귀문관이라는 이름이 아이들이 조심해야 할 관살 목록에 한 번 나오는데, 그런 설들은 잘 맞지 않는 게 많아서 싣지 않는다는 말로 넘어가 버려요. 열 명 중 넷이 가진 표시로 누가 신기가 있는지 가려낼 수는 없고, 누구 마음이 아픈지도 사주가 판정해 주지 않아요. 그래서 이 표시를 읽을 때는 있는지 없는지보다 두 글자가 어느 자리에 붙어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해요.
명리에서는 네 자리가 맡는 영역을 나눠 읽기도 하는데, 해와 달 자리는 내가 나가서 부딪히는 바깥 세상이고 날과 시간 자리는 나 자신과 제일 가까운 사람, 혼자 있을 때의 속이에요. 귀문관살도 이 방식으로 보면 짝이 해와 달에 걸린 사람은 그 예민함이 바깥을 향하고, 날과 시간에 걸린 사람은 안쪽을 향한다고 읽어요. 촉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려 주는 표시라기보다, 그 촉이 어느 쪽을 겨누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표시에 가까운 거죠.
하린의 사주를 이 자리에 맞춰 보니 밤새 보낸 카톡을 열어 본 이유가 보였어요. 하린은 태어난 날 자리에 쥐(子)가, 태어난 시간 자리에 닭(酉)이 있는데, 쥐와 닭은 바로 그 여섯 쌍 중 하나예요. 게다가 둘이 날과 시간에 나란히 붙어 있어서, 하린의 귀문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난 문이었어요. 팀장의 답장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하린은 혼자 있는 밤에 자기 문장 두 줄에서 쎄한 구석을 찾아내고 있었던 거예요. 하린이 예민하다는 블로그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예민함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어느 글도 말해 주지 않았죠.
두 잔 먼저 물을 내주는 도경 사장
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바 너머에서 잔을 닦으며 듣던 도경 사장이 자기도 그거 있다면서 휴대폰을 내밀었어요. 도경 사장은 서른다섯 살로 그 바를 혼자 꾸려 가는 사람이고, 저는 몇 년째 거기서 하이볼만 마시는 단골이에요. 하린이 쓴 것과 같은 앱이었고, 같은 빨간 글씨로 귀문관살이 떠 있었어요. 다만 도경 사장은 그걸 처음 봤을 때 겁이 나기는커녕, 그래서 자기가 진상 손님을 두 잔 전에 알아보나 보다 하고 웃었대요.
그 말이 궁금해서 도경 사장 사주도 뽑아 봤더니, 짝이 걸린 자리가 하린과 정반대였어요. 태어난 해 자리에 양(未)이, 태어난 달 자리에 호랑이(寅)가 붙어 있었거든요. 호랑이와 양도 여섯 쌍 중 하나니까 표시는 똑같이 귀문관살인데, 해와 달이면 바깥 세상 쪽이에요. 실제로 도경 사장의 예민함은 늘 바 건너편을 향해 있어요. 손님 목소리가 반 톤 올라가거나 같은 얘기를 두 번 하기 시작하면 다음 잔을 묻기 전에 물부터 내주는데, 그렇게 미리 막은 실랑이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도경 사장이 자기가 한 말은 다시 곱씹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손님한테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라고 말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고, 그 손님이 기분 나빴는지는 다음에 왔을 때 얼굴 보면 안다는 거예요. 같은 표시를 가진 두 사람이 한 바에 앉아 있는데, 한 사람은 남의 얼굴을 읽고 한 사람은 자기 문장을 읽고 있었던 거죠. 하린도 그 얘기를 듣더니 자기는 정반대로 하고 있었다며 한참을 웃었어요.
그래서 저는 하린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너 촉 좋은 거 맞아. 근데 지금 넌 코 좋은 사람이 밤새 자기 소매 냄새만 맡고 있는 거야. 보낸 카톡은 다시 열지 말고, 내일 그 팀장 답장 오면 그거 들고 와."
날과 시간에 붙은 짝은 평생 그 자리에 있으니까, 혼자 있는 밤에 생각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하린의 버릇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그 촉을 쓸 곳이 자기가 보낸 두 줄이 아니라 남이 보낸 답장이라는 걸 알면, 같은 예민함으로 일에서 남들이 못 보는 걸 먼저 보게 돼요. 도경 사장이 손님 목소리에서 두 잔 먼저 알아채는 것처럼요.
다음 날 오후, 하린한테서 캡처가 또 왔어요. 이번엔 팀장의 답장이었는데, 일정은 그대로 좋다면서 끝에 재계약 시점이 언제였는지 다시 알려 달라는 한 줄이 붙어 있었어요. 하린은 그 한 줄이 쎄하다고 했어요. 지난달에도 똑같은 걸 물어봤다는 거예요. 그 주 금요일에 하린은 재계약 제안서를 한 주 앞당겨 팀장에게 보냈고, 그날 밤에는 보낸 카톡을 한 번도 다시 열지 않았대요.
글쓴이
설아
본능 · 촉